서평 (3) 썸네일형 리스트형 [내무반에세이]"되는 일" 왠지 될 거 같은 감이 있다. 해야 하는 일을, 할 일을 앞두고 섰을 때 문득 좋은 예감이 든다. 그럴 때면 막연한 기대감에 휩싸인다.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된 것처럼 심장이 뛴다. 그런 감정과 그런 기대를 한껏 안고 일을 저지르면 거짓말처럼 이기거나, 되거나, 성공한다. 10초가량의 앞을 내다보는 예지 능력이라도 있는 양 예감이 들어맞을 때면 괜히 배로 기분이 좋다.한 번 인지하기 시작한, 이 능력은 더 많이 더 자주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아주 사소한 일 하나까지 오늘, 아니 지금은 왠지 멋진 글이 나올 거 같아라는 기분과 함께 막힘없이 한 편의 글을 써 내려가기도 하고, 이거 붙을 수 있을 거 같은데 하면 그날의 시험에서는 좋은 결과가 돌아왔다. 그러다 보니 이런 예상이 찾아오지 않은 경우에는 너.. [내무반에세이]"목적지에 대해" 걸었다. 어깻죽지 위에서는 묵직한 짐 꾸러미가 발바닥의 마찰을 더했다. 앞에는 볼을 애며 지나는 바람이 우릴 가로막았다. 오르막, 내리막을 전전하며 이백의 우리는 걸었다. 쟁하게 내리던 빛줄기는 어느새 구름에 몸을 감췄고, 뿌연 하늘에 짙은 구름 만이 둥실거렸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토해낼 거 같던 대기는 연거푸 한숨만 쉬어댔다.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채 차가운 한숨을 걷어내며 걸었다.바닥에 깔린 자갈도, 흙도, 때때로 밟히는 검은 아스팔트마저 처음 뵈는 것들이었다. 어느 날부터 하늘과 땅은 쳐다도 보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러나 목적지도 없는 무수한 발걸음들은 결국 고개를 떨구거나 높게 치켜들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길가 자락에서 그렇게 걸었다.하늘은 비었고, 땅은 과묵했다. 검은 어둠 속에서 빨라지.. [단편소설]보상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찬 기운을 막아주는 두꺼운 유리창 안, 아버지와 함께 앉아 있었다. 널찍하고 통풍이 잘 되는 집 구조 탓에 항상 추웠던 다른 날들과 달리 그날만은 유달리 따뜻했다. 기름값이 올라, 이를 절약하기 위해 설치했던 화목보일러 덕분이었을까. 하지만 그날 아버지는 보일러에 나무를 넣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시지 않았다. 그때 우웅- 하고 돌아가는 기름보일러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물었다."어쩐 일로 기름보일러를 다 틀었어?"그러자 아버지는 덤덤하게 말씀하셨다."보상이야."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사 남매를 길러내시는 동안 해오신 지난 고생들의 보상이란 말인가. 화목 보일러와 전기장판으로 버텨가며 절약한 그간의 기름값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무엇이 되었든 아버지는 스스로에게 보상..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