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세포가 되었다."

우리의 몸은 셀 수 없이 많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흔히 다세포 생물이라고 한다. 모든 세포는 생명체의 일원으로서 생명의 지속을 위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그렇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에게 새겨진 일들을 해나간다. 그러다 자칫 이상한 행동을 하는 세포나 제 기능을 못하는 세포는 이내 죽거나 다른 형태의 질환으로 변모한다. 수많은 세포들의 노고와 죽음으로 생명을 영위하던 다세포 생물 '나'는 이곳에 들어와 하나의 세포가 되었다.
머리가 지시하는 데로 제자리를 찾고, 제 역할을 수행한다. 체계는 정확해야 하고, 세균 같은 존재는 백혈구가 나서 저지한다. 제 위치를 벗어나선 안되고, 이상행동을 해서도 안된다. 그저 내가 속한 전체를 유지하기 위해 묵묵히 시키는 행동을 한다. 수십억의 자율성을 희생시켜 만든 하나의 자유. 우리 몸과 이곳은 닮았다.
나는 다세포 생물에서 전체를 구성하는 단세포로 퇴화했다. 내 안에 수십억의 세포는 그대로지만 그 전체는 또 다른 전체를 유지시키기 위해 자율성을 포기했다. 인류 탄생이래 이런 식의 퇴화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을 것이다. 다세포에서 단세포로의 후퇴.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세포의 삶을 살아왔겠지만, 이곳처럼 절실히 내가 세포가 되었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다.
비참한 일이지만 이 또한 필요한 일일 것이다. 적어도 수많은 다세포 생물들이 자신들의 생존에 방해가 되는 집단을 만들었을 리 만무하다. 그런 생각들로 위안을 삼았다. 지금의 나도 원활한 생존을 위해 이곳에 들어왔고, 이 방향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내가 해야 할 것은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내 세포가 나의 생존을 위해 한 선택이고 나는 겸허히 받아들이면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