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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모든 게 같아지는 순간 모두의 다름이 보였다

내무반 에세이 2025. 2. 26.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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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머리를 한 2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같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같은 전달 사항을 받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침구를 깔고 같은 시간에 잠을 잔다. 개개인의 몸뚱이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획일화된다. 그런 우리는 모두 같아 보이게 행동한다. 그렇게 같아져만 간다.

그러나 모든 것이 같아지는 순간 내 눈에 들어온 모두는 달라 보였다. 눈에 띄는 다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작은 다름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앉아있는 동안 누군가는 습관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이고, 이리저리 눈을 굴렸고, 누군가는 미동도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누군가는 수첩을 꺼내 무언갈 끄적였고, 누군가는 자신의 옷을 만지며 시간을 보냈다.

서로가 달랐던, 달라 보였던 때는 그러한 다름보다는 누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머리를 했는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모두가 같아 보이는 지금은 서로와 서로를 구별하기 위해 다름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획일화가 오히려 다름을 부각하는 장치가 되었다. 똑같은 흰 오리 새끼들 사이에 잿빛 백조 새끼가 눈에 띄는 것처럼.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달라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모두의 것이 같아지자, 본능적으로 자신의 색을 일ㅎ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손과 눈을 움직였는지도 모르겠다. 사회에서는 인기 있는 브랜드를 찾고, 인기 있는 안경을 끼고, 인기 있는 머리를 했다. 획일을 추구하던 그때의 모습과 다름을 위해 몸부림치는 지금 우리의 모습들 사이에 괴리를 느꼈다.

모두의 안에는 작은 청개구리 한 마리가 사나 보다. 같은 사회에선 다르게 다른 사회에선 같게. 그렇게 누군가의 요구에 반하여 살아간다. 모든 게 같아진 이곳에서 모두가 다름을 뽐내는 것처럼.

 

2019.04.06

내무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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