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보상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찬 기운을 막아주는 두꺼운 유리창 안, 아버지와 함께 앉아 있었다. 널찍하고 통풍이 잘 되는 집 구조 탓에 항상 추웠던 다른 날들과 달리 그날만은 유달리 따뜻했다. 기름값이 올라, 이를 절약하기 위해 설치했던 화목보일러 덕분이었을까. 하지만 그날 아버지는 보일러에 나무를 넣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시지 않았다. 그때 우웅- 하고 돌아가는 기름보일러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물었다.
"어쩐 일로 기름보일러를 다 틀었어?"
그러자 아버지는 덤덤하게 말씀하셨다.
"보상이야."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사 남매를 길러내시는 동안 해오신 지난 고생들의 보상이란 말인가. 화목 보일러와 전기장판으로 버텨가며 절약한 그간의 기름값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무엇이 되었든 아버지는 스스로에게 보상을 쥐여주고 계셨다. 더한 수고로움 없이 데워진 따스한 방안의 공기로.
마음이 아팠다. '고작'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지난 25년간 해냈던 일들의 보상이 겨우 기름보일러라니. 그러나 그 작은 무언가를 보상이라고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표정에는 은은한 행복이 녹아있었다. 조금의 기름값이라도 아껴야 했던, 그러기 위해 마른 장작을 마련하고 시간마다 불을 확인하러 갔었던. 그리고 안에서 자고 있는 가족들의 온기를 지켜주었던 그날들의 보상이 고작 기름보일러였던 것이다.
어쩌면 그 보상은 결코 '고작'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날 돌렸던 기름보일러는 앞으로 난방을 위해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고,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올곧게 생활하고 있는 자녀들이 있다는 뜻이며 그런 생각들과 따뜻한 거실의 온기에 행복하다는 뜻이었던 것이다.
조금은 마음에 위안을 받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 보상은 이제 시작된 거라고, 다 자란 내가 그리고 우리 남매가 쥐여줄 행복은 더 클 거라고. 그렇기에 올겨울 우리 집은 기분 좋은 보일러 가동음이 들릴 것이다. 따스함과 보람이라는 행복으로 채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