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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무반에세이]"편지에 담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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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무반에세이]"편지에 담긴 것들" 썸네일

누구나 편지를 쓰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그 안에 많은 것을 담게 된다. 평소 말로 잘 하지 못했던 것들. 더 깊은 내면의 감정 등등의 것들이다. 편지 안에는 말보다 메신저보다 더 깊은 무언가를 담게 된다. 그 이유로는 비대면적 의사소통 수단이라는 점. 실시간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 작성하는 데 오래 걸린다는 점과 같은 것들이 있겠지만, 애초에 편지를 쓰는 동기 자체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의 내가 쓰고 있는 편지는 조금 다르다. 매일매일 편지를 쓰고 있고, 그 안에는 그 사람과 나의 자유로운 의사소통로가 단절된 상태기에 더 많은 것을 담게 된다. 자유를 품었던 시절에는 언제든 만나려고 하면 만날 수 있었고, 메신저를 주고받거나, SNS를 들여 보거나 전화를 하는 등, 언제나 오감으로 서로를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교류가 불가능해진 현재, 편지에는 그러한 오감의 단절로 인해 생긴 특이가 첨가된다.

요즘은 뭘 하고 지내는지 물음을 던지고, 나는 뭘 하고 있는지 적는다. 이전까지 편지의 주인공은 편지를 수신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편지 속에 주인공은 바로 송신자인 나 자신이다. 수신자의 생일이나 기념일을 축하하는 편지가 아닌, 내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적고 있다는 뜻이다. 요즘 편지와 일기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탓이다. 자유로운 쌍방향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진 지금 서로에 대한 질문과 각자의 삶을 적게 된다.

상대가 글로 인해 나를 파악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눈으로 봤으면 알았을 내 모습이나 생활, 전화를 했으면 알았을 내 소식들, 메신저를 했으면 알았을 내 생각들까지 모두 편지에 담는다. 그런 일상을 나누기 위한 편지다.

물론 의사소통 수단이 편지뿐임을 감안하면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편지를 쓰는 입장에서는 매우 낯선 일이다. 소통의 지연이 극대화되는 상황과 일상화된 편지가 낯설지 않을 수가 없다.

이곳에 와서 가장 많이 쓴 글은 편지다. 모두와 단절되었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나를 알리고 싶어서. 소통하고 싶어서. 이곳에서의 편지는 그간 SNS나 메신저로 해소되었을 소통 욕구가 한데 뭉친 집합체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쓰고 더 열심히 쓰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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