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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무반에세이]"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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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무반에세이]"재능" 썸네일

재능.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것. 대개 재능이라고 하면 천부적이고 특별한 무언가를 떠올린다. 절대음감, 지치지 않는 체력, 빠른 연사력처럼. 누구나 선망하지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너의 재능은 뭐야? 어떤 집단에 소속되거나 새로운 이들을 만나면 우리는 자연스레 이 질문과 마주한다. 서류에 비어있는 특기 란, 자기소개서, 혹은 그냥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그리곤 고민에 잠긴다. 내 재능은 무엇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선뜻 적어내지 못한다. 특기나 재능은 실로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믿지 않으니. 재능은 특별한 누군가들의 전유물로 여기기 때문이다. 특출난 무언가는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랬다. 어릴 적부터 나는 취미, 특기 란에 무언갈 적어야 할 때면 깊은 고민에 빠지곤 했다. 누구나 쉽게 적어낼 수 있는 독서나 운동 정도를 적어내며 씁쓸한 감정을 곱씹곤 했다. 항상 검증을 원하는 우리에겐 내가 이걸 좋아하는 게 맞는지, 남들보다 잘 하고 있는 게 맞는지는 확실치 않는 가설 정도로 다가오니까.

"내가 생각하는 재능이란, 어떤 일을 남들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中 -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남들보다 무거운 걸 쉽게 드는 거. 휘파람을 쉽게 부는 거. 달리기를 보다 쉽게 하는 거. 보다 쉽게 정리 정돈을 잘하는 것도 모두 재능이다. 누군가는 코웃음 칠 수도 있다. 그게 무슨 도움이 되냐고. 도움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작은 곳에서 내 생활에 녹여내면 되는 거다. 어쩌면 그 작은 것들이 만족과 행복이라는 양분을 먹고 자라 커다란 무언가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설령 그러지 않아도 상관없다. 더 나아갈 필요 없이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 없이 그저 즐기면 된다.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끽하며 살면 된다. 재능은 특별한 무언가여야만 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누구나 꼭 가져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오늘 하루를 별일 없이 보내는 재능, 잘 누워있는 재능까지. 나 자신을 위한 재능이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보는 건 괜찮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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