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반에세이]"시선이 가는 곳에" 썸네일](https://blog.kakaocdn.net/dna/blOoK1/btsMT33CEKN/AAAAAAAAAAAAAAAAAAAAAJjhMFuGhsJ08zvym7_UZJIR4yCYH5YnGxx3ngfdynyY/img.pn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7193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OGUFF314Q8nz4E1zdYQi%2BqVrILM%3D)
창밖을 본다. 혹여 들어올 먼지나 벌레를 막기 위해 방충망이 빈틈을 막고 있다. 방충망 너머에는 나무가 있고, 사람이 있고 하늘이 있다. 방충망보다 아름다운 것들이 많아 회색빛 격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서 있는 공간과 다른 곳의 공기를 마시고, 소리를 듣고, 빛을 받았다. 기분 좋은 감각들이 몸을 둘렀다.
그러다 문득,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 생각했다. 두 다리가 붙어있는 바닥과 머리 위에 있는 천장, 사방을 둘러싼 벽들. 나는 안에 있었다. 내가 취했던 것들은 바깥의 것들이었다. 조금은 텁텁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갑갑함을 털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내 눈앞에 있는 건 파란 하늘도, 녹색 나무도 아니었다. 회색 창살이었다.
내 눈은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고개를 흔들고 눈을 비벼도, 눈앞에는 그런 방충망이 있었다. 내 자리와 밖의 자리를 가로막고 차갑게 굳어있었다. 손을 뻗었다. 방충망의 찬 기운이 손끝에 닿았다. 이전에 봤던 광경을 떠올리며 자리에 앉았다. 내 가슴 높이에 있던 창이 눈 높이로 올랐다. 잠시 눈을 감았다.
몇 초의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 눈을 떴고 눈앞에 있는 광경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꽤나 기분 좋은 색깔들이 퍼져 있었다. 방충망이 사라진 건가 싶을 정도로 밖이 선명하게 보였다. 혹여 손에 닿을까 다시 손을 뻗었다. 그러나 차가운 것은 그 자리에 있었다. 눈은 밖을 보고 있었지만 손은 안에 있었다. 손끝을 보았다. 회색 창살이 있었다.
초점을 풀고 다시 밖을 보았다. 몇 번을 밖과 안으로 초점을 번갈아 맞추다 맥이 풀렸다. 아주 작은 차이였다. 안과 밖은 동공의 아주 미세한 수축 이완 차이였을 뿐이다. 내 시선이 닿는 곳에 따라 느껴지는 감상은 꽤나 달랐다. 사실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었는데 나는 희와 비 사이에서 방황했던 것이다.
시선이 가는 곳에 따라 방충망이 보이기도 안 보이기도 한다. 나를 가로막고 있었던 건 벽도, 바닥도 천장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생각을 막고, 글을 쓰지 않는 데에 이유를 붙이던 나 자신이었다. 동공을 연다. 밖이 보인다. 밖을 보며 생각을 넓힌다. 맑은 눈으로 글을 쓴다. 밖을 보며 색조 짙게 글을 끄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