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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무반에세이]"서늘함으로 찬란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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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무반에세이]"서늘함으로 찬란함을" 썸네일

난생 처음 만져 본 총구의 온도는 서늘했다. 강철의 차가움이 손 끝에 번지자 소름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이 차가운 총구가 누군가에게 향하는 상상. 방아쇠를 당기자 화약의 폭발로 굉음과 함께 뜨겁게 달아오른 총구에서 금빛 총알이 튀어내와 그 사람의 몸 속 깊숙히 박히는 모습이 그려졌다. 흠칫 놀라 총구에 닿았던 손을 얼른 떼버렸다.

지금 내가 여기서 배우는 것들은 쟉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그리고 적을 성공적으로 섬멸하는 방법이다. 소총을 다루고, 수류탄을 던지고, 힘을 기르고. 미래의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실상 생애 경험해보기는 힘들겠지만 전쟁이 나버렸을 때 내가 해야할 일은 이곳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적을 죽이는 것 아닐까. 나라를, 국민을, 단순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들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그러해야 하겠지만서도 손이 떨리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손가락 마디만한 방아쇠를 살짝 당기면 장전된 총앗은 폭발하며 발사된다. 정말 작은 행동으로 누군가를 죽이는 일. 차가운 총기가 만든 차가운 주검. 그 순간 총구는 생명의 찬란함을 빼앗아 뜨겁게 달아 오른다. 내가 그럴 수 있을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지레 겁먹어 고민하고 있는 모슺이 자각되자 괜스레 부끄러워져 딴청을 피웠다.

삶이란, 그 사람이 품어왔건 시간의 연속은 전부를 기술하지 못할 정도로 방대하다. 매순간 매시간 느꼈던 감정, 오감 등 뇌 뿐만 아니라 지문, 주름 하나하나까지가 모두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결국, 이런 사람이 죽는 다는 것은 이러한 사람 한 명을 줏이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일이고, 단지 손가락 한 번 움직임으로 행해질 일은 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서늘함으로 찬란함을 빼앗는 일. 벌어져서는 안 될 참담한 일이고, 세상게 유일한 무언가를 파곤하는 행위다. 다시는 재현해 낼 수 없는 독자적인 우리가 서소를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짓을 해서는 안될 말이다. 총구의 서늘함을 우리 삶으로 달굴 날이 오지 않기 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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