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반에세이]"부러움의 끝에서" 썸네일](https://blog.kakaocdn.net/dna/b5yllC/btsMJqDzhF4/AAAAAAAAAAAAAAAAAAAAADnfIBtUWXF67JLgCWhjamI4N3wh5xc4k8TqHtary-88/img.pn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7193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EhzEbf1Iytp0YnLZM%2B0SSQyV62s%3D)
많은 글을 읽는다. 감탄한다.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생각들과 단어들에 감탄한다. 그들이 풀어내는 특별한 경험. 그 경험에 담긴 매력 있는 문장들을 보여 부러워한다. 나는 왜 이런 글을 쓰지 못하는가. 나는 왜 저런 경험들을 겪어보지 못했는가. 특별한 글은 특별한 인생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그렇게 살고,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 나를 책망한다. 그리고 조금은 좌절한다. 어떻게 글을 써야 그들 같은 글을 써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렇게 될 수 없다는 생각에 힘이 풀렸다.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더 많은 글을 읽었다. 그들이 어떤 단어를 사용해서 어떤 문장을 구사하는지 보고 흉내를 내본다. 어색함이 묻어나, 글을 완성할 수 없었다. 더 많은 글을 읽었다. 그들이 겪은 일들을 상상하며 그 경험을, 그 감정을 느껴보려 한다. 새로운 감정이 아니라, 그저 글쓴이가 풀어놓은 감정 안에 갇힌다. 간접 경험은 결국 공식을 외우는 듯한 인상을 줬다. 온전히 내 것은 아니었고, 그저 바라볼 뿐이다.
글을 쓰지 않았다. 더 멋진 경험과 수려한 문장을 써내릴 자신이 없어서, 펜을 들 수 없었다. 그들과 같은 글을 쓰지 못한다는 좌절감 때문에, 그런 비참함에 배출 없는 시간을 보냈다. 내보내지지 않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수첩 속에 쌓였다. 그럼 그동안 내가 써낸 글들은 무엇이었나, 틈틈이 글을 쓰던 노트를 펼쳤다. 악필로 끄적인 글들이 뭉쳐있었다. 난잡했지만, 읽어볼만했다. 내가 이런 생각도 했었나 하며 과거의 기억들과 감정들의 박제를 감상했다.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절대 책 속의 그들과 같은 글을 쓰지 못할 것이다. 그들과 같은 경험을 해도 다른 생각에 잠길 것이고, 그들과 같은 감정을 느껴도 좋아하는 단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일이 그렇지 않겠나. 특별은 전체에서 구별되는 것. 특출나게 구별되는 것을 지칭한다. 모두의 무리에서 각자 모두는 특별하지 않은가. 당연한 말이겠지만, 우리 모두는 다르다. 그렇기에 같은 글을 쓸 수 없다. 닮은 사람은 있어도, 결코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다.
매번 이와 같은 생각이 들어, 이와 비슷한 글을 써내린다. 한두 번의 깨달음은 결국 다시 드는 감정에 가려져 제 기능을 못하기에 다시 상기한다. 복기하고 기억한다.
모두 다른 글을 쓰는 거다. 우리는 각자의 글을 쓴다. 글이라는 목적지로 가는 수만 갈래의 길을 걷는다. 같은 사람도 글을 쓸 때마다 다른 길을 걷는다. 그렇게 다르다. 부러움과 자기 책망을 완전히 날려버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부끄럽지는 않다. 내가 무슨 글을 어떻게 쓰던 내 고유의 것이고, 그것 나름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 안에 내 글을 써야겠다. 다른 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