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반에세이]"딛는글" 썸네일](https://blog.kakaocdn.net/dna/dsN95h/btsM3Tz2yK4/AAAAAAAAAAAAAAAAAAAAACMCHJvBGjGF0WRTh79HmbFnAA-BMV7mPS4OOHB4THE5/img.pn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7193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vS0FWl9JRX4OymknjpvnXCwHKk8%3D)
기간 당 내가 글을 써내는 양을 그래프로 만든다면 상 하향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모습일 거다. 어느 시점부터 어느 시점까지는 높은 경사도의 상승세를 보이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점차 하향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이내 0으로 수렴한다. 이 글은 0에 수렴하기 시작한 그래프의 추락을 인지했을 때 쓰게 되는 글이다. 이전에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다짐, 동기부여 등등의 이유를 붙여 유사한 글들을 썼었다.
그 글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글을 쓰고 나면 어느새 다시 슬그머니 하고 그래프가 고개를 들었다. 물론 지금 쓰는 이 글이 이전의 글들과 같은 효과를 발휘할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펜을 굴려본다. 글을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자문해보자면 여느 때와 마찬가지의 대답이 나온다. 다른 즐거움에 대한 충동,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의지의 고갈 등. 뭐로 보나 결국 의지박약이라는 말로 귀결되겠지마는 그럼에도 굳이 글로 새기는 것은 다시 디딜 땅을 만들기 위함이다.
하늘로 하늘로 올라갈 때야 무슨 땅이 필요하겠나. 그저 발밑보다 위를 보고, 텅 비어있는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떨어질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떨어짐은 중력에 의한 위치 운동이고, 중력은 이를 뿜어낼 질량을 가진 무언가의 존재를 증명하며, 이 힘에 이끌려 도착한 곳에는 그 존재가 있어야만 한다. 떨어짐의 끝에는 항계가 있다는 말이다.
지금의 나는 떨어지는 중이다. 그 이전에도 떨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떨어지고 떨어지다가 언뜻 밀려오는 불안감에 다시 딛고 날아오를 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에도, 그전에도, 지금도. 그렇게 잊었던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발을 구를 준비를 한다. 어떻게 보면 글이 써지지 않아서 글을 쓰는 지금의 행태가 매우 모순적일 수 있겠지만, 달리 떠오르는 방도가 없으니 계속 반복하게 된다.
디딜 글을 쓰는 일. 어쩌면 작은 씨앗 하나를 던지는 일이다. 말라가는 고목에서 떨어진 작은 씨앗 하나를 집어, 정성스레 땅에 심는 것. 이전의 나무보다 더 크게 자라나 달라는 소망이 담긴 씨앗이다. 물론 모든 씨앗이 발아하는 것은 아니기에 불확실한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바란다. 지금 심는 씨앗이 자라 장성한 나무가 되어 사방으로 곧은 가지를 뻗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땅이자 씨앗이다. 죽어가는 나무를 뒤로하고 솟아날 나무의 씨앗. 그리고 그 나무가 자라날 땅.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씨앗을 뿌리고, 땅을 만들어낼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마냥 황량해진 땅을 방치하는 것보다는 한 그루 심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쉼 없이 떨어지기만 하는 것보다야 디딜 것 하나 정도 만들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러다 더 좋은 방법을 떠올린다면 이런 글과 작별하게 될 수도 있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기에 적어본다. 글을 쓰지 못하는 지금의 내가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