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반에세이]"나무와 다르게"](https://blog.kakaocdn.net/dna/oxc79/btsMKCxkw67/AAAAAAAAAAAAAAAAAAAAACFtg5g2F4WWom6cvnj0LSWVz21HYNrYWk0VtqslAkGZ/img.pn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7193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j%2FPh%2B3BlrO4fn0jGTZ%2FM8Whn1oM%3D)
첩첩 능선마다 짙은 초록의 나무들이 빽빽하다. 상록이 소나무보다 겨울이 되면 이파리를 떨구는 나무가 더 많은 산을 빼고는 조금의 틈도 없이 초록으로 가득 차있다. 새로운 나무가 자라날 자리마저 없어 보인다. 이미 줄기를 굵게 만든 기성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 새싹은 자라날 힘이 없다. 생장에 한계가 없는 나무이므로 인재나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그들은 계속 두껍고 높아진다. 그리고 더욱 깊게 뿌리를 내린다.
묵묵히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는 그들이 미워졌다. 우리와 닮아서. 포화 상태의 시장에 거대한 뿌리를 내리고 한없이 높아지기만 하는 그들과 닮아서. 그래서 미워졌다. 끝없이 자라나는 나무와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의 성장이 작은 것들의 양분 흡수를 방해한다는 점까지. 그럼에도 맘 편히 비난할 수가 없다. 굵은 나무는 수많은 이파리로 산소를 뿜어대고, 우리는 그만큼의 기술과 편의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어느 정도 이견은 있겠으나 그러한 장점은 분명 존재한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나무는 꽤나 많은 것들에 도움을 준다는 거다. 나무들의 과밀과 독점이 전 지구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준다. 그러나 우리의 과밀과 독점은 다르다. 우리에게는 이득일지 모르나, 더 많은 것들을 빼앗아 쌓은 탑이다. 그리고 나무는 땅이 허용하는 만큼의 씨앗을 뿌린다. 산을 가득 채우고 더 나아가 다른 것들을 짓밟지 않는다. 자신들에게 허락된 공간만큼 그렇게 뿌리를 내린다.
우리는 어떠한가. 기존의 것들을 밀고, 갈아 우리가 설자리를 만든다. 공존의 공간이 아니다. 우리 만의 공간을 위해 모두를 내쫓는다. 잠시나마 나무를 우리와 닮게 생각한 것이 부끄러워졌다. 우리는 나무와 다르게 이기적이다. 그이 기가 돌고 돌아 결국 우리에게 다가오자. 굵고 깊어진 우리는 그제야 나무를 흉내 내려 하고 있다.
우리를 위해서지만, 그 과정에 다른 것들도 살아 숨 쉴 수 있게 하는 거다. 나무와 달랐던 우리는 다시 나무와 닮기 위해 발을 굴린다.